서울에 온 미국의 ‘안보장사꾼’

2012.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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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유달리 국내 방위산업체들에 무기 수출을 독려하는 이명박 정부에 미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둔 적이 없다. 미국 정부는 국내 방산업체의 명품 무기로 알려진 청상어·홍상어 어뢰는 미국제 하푼 대함미사일의 기술을 베낀 것이고, 신궁 휴대용 대공미사일도 역시 미국제 스팅어 미사일의 기술을 도용한 것이라는 심증을 키워왔다. 외형과 적용 기술이 미국제 무기와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2009년에 국내 한 방위산업체가 독자개발한 F-16 전투기의 전파방해장비(ALQ-200)를 파키스탄에 수출한다고 하자 미국 정부는 “알카에다가 있고, 중국제 전투기를 사용하는 파키스탄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비를 판매하겠다는 거냐”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적성국 무기 수출을 규제하는 바세나르 체제까지 들먹이며 야단치는 미국 정부를 달래느라고 우리 업계 관계자는 진땀을 빼야 했다. 특히 중국 전투기에 미국 장비가 부착된다는 심각한 문제제기에 우리는 “파키스탄 수출은 포기하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에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5K 전투기의 센서인 타이거아이의 봉인을 한국 공군이 무단으로 뜯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즉시 미 국무부 수석부차관보가 이끄는 11명의 일행이 서울에 들어와 당시 을지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 기간임에도 한국의 관계자를 불러내 거의 막말에 가까운 언사를 구사하며 소동을 부렸다. 서슬 퍼런 미국의 태도에 우리 쪽은 한-미 공동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해명을 믿지 않은 힐러리 국무장관이 김성환 외교부 장관에게 한국의 무단 기술도용을 기정사실화한 항의서한을 보낸 때가 10월이다. 마침 서울을 방문한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김관진 국방장관과 2시간30분의 회담 중 1시간을 타이거아이 의혹을 따지는 데 할애하면서 “한국의 불법 방산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대책을 수립하라”는 훈수까지 늘어놓았다.

이렇게 미국이 한국 정부를 다그치던 지난해 10월 미국 언론은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에 전파방해장비(ALQ-211)를 4900만달러어치 판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우리에게 위험한 국가라고 지목한 파키스탄에 한국 기업이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 기업의 수출물량을 가로채서 미국 기업에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패권적이고 이중적인 미국의 태도에 속을 앓던 방위사업청은 올해 7월 기술통제관이라는 직위를 신설했다. 방사청은 기술통제관을 우리 방산기술 유출을 보호하기 위해 신설했다고 말하지만 작년에 타이거아이 사건을 통해 미국에 약속한 후속 대책의 일환이라는 점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20120727_4.JPG » 한미정상회담 규탄 대회. 한겨레 자료 사진.


최근 수출이 추진되는 한국 무기를 보면 독일과 협력하여 제작한 잠수함이라든지, 유럽 회사와 협력한 헬기 등 주로 유럽 방산기술들이다. 반면 미국과 협력하면 온갖 설움을 다 받고 수출도 봉쇄된다. 오직 한-미 동맹 강화라는 명분으로 합리화될 뿐이다. 미사일 주권, 원자력 주권도 빼앗기고, 방위산업 자립도 물건너가는 마당에 현 정부는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정권 말기의 대규모 미국제 무기 도입이 추진될 모양이다. 더군다나 미국 정부는 유달리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 전에 무기 판매 계약을 서두르고 있고,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약속도 받아내려고 몹시 바빠졌다. 지금 서울에 와 있는 미 국방부의 애슈턴 카터 부장관은 김관진 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평택, 오산의 미군기지로 달려갈 예정이다. 그런 카터 부장관에 대해 ‘안보 장사꾼’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확산되는 중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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