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세대 전투기, 무엇으로 나는가

디펜스21 2012.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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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사진1.jpg » 록히드 마틴의 F-35. 개발중인 이 전투기는 숱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 록히드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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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전투기 사업 5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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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에서 무기종속으로 이어진 대미 의존도 갈수록 심화

초고속 일정으로 구매협상력 약화…‘투명비행기’ 맹신 버려야



정부는 국토의 균형 발전과 미래지향적 국가전략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매년 수조 원, 많게는 수십조 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국책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국책사업인 전라선(익산-여수) 고속철도화 사업의 소요예산은 1조 8천129억원이었다. 5시간 15분이었던 용산-여수 전라선은 1시간 43분이 단축되어 현재 3시간 43분이 소요된다. 덕분에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들어서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 핵심사업인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조성하는 데 소요된 예산은 약 1조 7천800억원이다. 영어교육도시는 해외 조기유학의 지속적인 증가로 여행수지 적자폭이 증가하자 정부차원에서 국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의 기대효과는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제주도에서 국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주-강릉 복선전철화 사업에 예상되는 소요예산은 3조 9천411억원이다. 이 사업은 국민들의 염원 속에 유치된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 밖에 대표적인 대규모 국책사업으로는 8조 7천241억원이 소요된 인천국제공항 2단계 건설 사업이 있다. 2001년 개항(1단계), 2008년 완공(2단계)된 인천국제공항은 2012년 현재 7년 연속 공항 서비스 분야 세계 1위로 평가 받은 세계적인 공항으로 변모했다.


이와 같이 정부의 여러 국책사업들은 국민의 생활 향상과 미래지향적 발전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국책사업의 구상부터 시행단계까지 그 파급효과를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세금이 헛되이 쓰여서는 안 된다는 민주주의 원칙 중 정부 재정의 책임 있는 집행 때문이다. 


8조3천억 혈세로 이뤄지는 국책사업…국민적 관심 필요


8조 3천억원.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60여대를 도입하는 데 소요될 예산이다. 전액 국민의 세금인 국방예산으로 집행된다. 이는 건국 이후 단일 무기도입 사업으로는 최대 사업이다. 그러나 이 8조 3천억원은 전투기 가격일 뿐, 그 이후에 소요될 수명주기 비용과 기타 파생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비용이어서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예산이면 전국의 주요 철도노선에 대한 고속화 사업을 고려해 볼 만하고, 광역단체 수준의 영어교육도시를 설립해 영어교육의 광풍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인천공항만 한 최첨단 공항을 건설하여 한국의 물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이 정도 예산이면 인천광역시가 10년간 집행할 수 있는 복지예산과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안보 역시 국가가 제공하는 유용한 공공재이며, 안보를 위한 무기구매 사업도 어느 국책사업 못지않게 중요한 사업이다. 


한반도의 안보는 남북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보에도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북한의 핵 정책과 국내정치 변화에 우리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미국의 동아시아 회귀 정책, 중국의 경제적 부상, 일본의 침체 등은 동북아 안보지형 변화의 주요 요인이다. 때문에 이들 국가들의 최첨단 무기 도입은 군사력의 현대화가 얼마나 중요한 안보 사항인지를 상기해 준다.


우리 입장에서는 세계 1, 2, 3위의 경제대국과 국방력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1차적 안보 목표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고, 그 관리권을 우리 스스로가 행사할 수 있을 때 한반도 안정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비대칭 전력을 활용하여 도발할 경우 이를 철저히 억제 할 수 있어야 하며, 동북아에서 강대국들의 분쟁에 끌려가지 않게 우리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부적 억지력을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그 액수가 강대국에 비하여 매우 적지만, 대한민국의 미래 안보 공공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에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주목해야 할 주요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edfsedsd2.jpg » 보잉의 F-15SE. ⓒ 보잉



미국산 이외 기종 경험 없는 ‘정서적 장애’ 내포


Ⅰ 정부가 무기구매를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한미 군사동맹에서 파생되는 미국 무기구매의 필연론을 극복하고 다변화로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현재까지 우리군은 대미 편중으로 인해 최첨단 장비의 경우 미국산 무기체계로 무장하고 있고, 동맹체제 내에서 무기체계 상호운영성의 논리는 미국 무기를 구매해야만 한다는 필연론을 강화시켰다. 한국은 수입 무기의 74%를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2010년 우리 정부가 무기도입에 사용한 예산 1조 2천373억원 중 9천822억원 어치를 미국에 지불했다. 즉, 한국의 대미 무기 의존도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사실상 ‘종속’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유럽산이 아무리 객관적인 측면에서 좋다 하더라도 미국산 첨단 무기를 구매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 사업에서 미국산 전투기들은 미운용 기종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다. 반면 유럽산 전투기는 실전에 배치돼 있는 기종이지만, 한국이 한 번도 미국산 이외의 기종을 선택한 적이 없다는 정서적 장애가 있다. 따라서 이번 사업 역시, 동맹의 정서와 기종의 효율성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형무기 도입에 미국산이 아닌 다른 공급자를 선택함으로써 얻을 경제, 기술적 실리가 미국산 무기를 포기함으로써 생기는 손실을 능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 우리는 현재와 같은 대미 무기 종속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Ⅱ 이번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사업과 어떻게 연계되는가이다. 이는 한국 항공산업과 관련된 사안이다. 즉, 발아단계에 있는 한국 항공산업에 8조 3천억원이나 들여 추진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한국 항공산업에 얼마나 기여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가안보에 첨예한 영향을 미치는 첨단 무기의 기술은, 자력으로 개발해 우리의 것이 돼야 우리 안보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술의 자국화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산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얼마만큼 절충교역 부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기종선택에 반영할지를 주목해야 한다. 사업예산 8조 2천억원과 향후 발생될 운영예산까지 합치면 대략 10조원이 되는 이 사업은 한국의 항공산업에 공헌해야 하며, 이 공헌의 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일 것이다. 


 과연 정부가 이 사업을 공약대로 진행할 수 있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라면 4~5년 정도 시간을 가지고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업은 애초 전임 정부가 세운 계획을 현 정부가 전면 보류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차세대 전투기 3차 예산 157억원을 전면 삭감했다가 2011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부랴부랴 2015~2016년에 새로운 기종을 도입하겠다는 초고속 일정을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6월 18일에 제안서를 받고, 10월에 기종 선정을 발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타임테이블이다. 


ghsgfgfg3.jpg » EADS의 타이푼 전투기. EADS는 파격적인 절충교역안을 제시하고 있다. ⓒ EADS



현 정부 천안함 ․ 연평도 터지자 부랴부랴 추진 일정 발표


문제는 시간이다. 무게만 수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3사의 제안서를 3개월이라는 시간에 비교분석 평가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데, F-35, F-15SE, 유로파이터 3개 기종의 운용적합성 평가는 4일, 기종평가는 단 4주에 마친다는 것이 현재 정부의 결의에 찬 계획이다. 물론 미완의 전투기들이 있어 평가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했고, 이 점이 우리의 협상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물건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 참 어리석은 짓은, 내가 이 물건을 꼭 특정한 시기에 사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물건의 가격과 조건을 흥정하는데 있어 구매자의 협상력은 매우 작아진다. 즉, 구매자가 전략적 모호성을 발휘해 물건 구매 여부 자체가 애매모호할 때 판매자는 보다 좋은 가격과 조건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야말로 이러한 상황에서만 흥정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10월에 반드시 기종을 선정할 것이라고 구매 의지를 재차 확인하고 있다. 구매자가 살지 말지 망설일 때 경쟁구도에 놓여있는 판매자들은 서로 최저 가격과 최고의 조건을 제공한다는 상식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정부가 정말 흥정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건국 이후 단일 무기로서 최대 구매사업임을 감안 할 때, 우리에게 어떠한 전투자산이 필요한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기종 선택에 있어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우리의 소요 조건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한미동맹 체제하에서 동맹 무기체제의 상호운영성, 그리고 현존 무기체제의 호환성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산 무기만이 이를 보장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유럽산 전투 항공기종은 양산 단계부터 NATO 표준화를 선택한다. 통신체계, 무장운용 호환성, 데이터링크, 조정체계는 사실상 미국 전투항공기와 동일하여 상호호환이 가능하다. 또한 스페인, 이태리, 영국, 독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제 전투기와 유럽산 전투기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는 점은 운용적합성에 대한 우리의 강박증이 사실상 매우 정서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는 걸 방증한다. 구매의 요점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하고 가장 적합한 기종을 주어진 예산 내에서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특정 기능에 대한 검증 없는 맹신 역시 조심해야 한다. 스텔스 기능이 마치 마법 양탄자인 듯, 한반도 전장 환경에 압도적 우세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인식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스텔스 기능이 전투기를 ‘투명비행기’로 만들 것이라는 맹신을 버려야 한다. 이는 마치 소설 <투명인간>처럼, 나의 모습이 투명해져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 짓이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페티시적 판타지다. 기종 가격과 운영비는 논외로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미국의 스텔스 기종을 탐지 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개발 중에 있다. 중국은 CETC Y-27레이더를, 러시아는 텔레비전 방송용 VHF를 통해 스텔스를 감지 할 수 있는 레이더를 개발 중임이 확인되었다. 


NATO 표준화로 호환성 높은 유럽산도 고려 대상


무기의 개발사를 보더라도 공격용 무기는 이를 감지하고 억지할 수 있는 방어용 무기체계를 양산했다. 완전한 투명비행기의 전력화는 사실상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지배적 의견이다. 걸프전 당시 스텔스 기종인 F-117 폭격기는 기동성이 떨어져 지대공 미사일에 취약해 야간에만 폭격임무를 수행하였으며, 그것도 수일간의 미사일 폭격과 지원기의 도움이 있은 후에 스텔스 기능을 발휘 할 수 있었다. 더욱이 1시간 비행을 위해 55시간의 정비가 필요했다는 점은 기동성이 중요한 현대전에서 참으로 성가신 점일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어떠한 기종이 선택되느냐에 따라 우리 모두의 공공재인 대한민국 안보에 막중한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과 냉철한 판단이 동반되어야 한다. 녹록치 않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 유사시 위기로부터 우리를 구해줄 가장 적합한 ‘마법 양탄자’와 같은 기종이 무엇인지 차분히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03943382_P_0.jpg »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적인 고려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정치적 고려가 동맹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되면, 그 역시 객관적 요소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기종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함께 차세대 기종이 한국 항공산업에 어떠한 공헌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요소도 동맹만큼 중요한 사안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길이 보다 자주적인 국방력과 경쟁력 있는 방위산업을 위한 선택이라면 동맹국인 미국도 우리를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차세대 전투기가 우리의 영공을 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의 혈세 때문이 아니겠는가. 


최종건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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