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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출전 반대”하던 장성 아버지와 ‘끼’ 많은 딸이 벌인 갈등과 타협


장윤진, 25살.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재학생이자 2010년 미스코리아 선. 늦된 냉기와 설된 온기가 묘한 긴장을 이루던 봄날, 바다처럼 파란 원피스 위로 진주처럼 하얀 얼굴을 한 그녀는 가지런한 치아가 드러나는 환한 웃음으로 기자와 인사를 나눴다. 굳이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그 ‘청’과 ‘백’은 궁극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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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미스코리아 선 장윤진


장윤진 씨의 부친은 현역 장성이다. 딸과 군인 아버지가 이루는 가족사는 어떤 것일까. 딸들은 군인 아버지에게 어떤 인격적 유산을 물려받게 될까. 군인 아버지의 가치와 ‘끼’ 많은 딸의 꿈은 어떤 갈등을 빚고 어떻게 타협할까? 장윤진 씨는 먼 전방에서 근무하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를 통해 체험한 군의 모습, 미스코리아 출전을 반대하던 부모님들의 마음이 바뀌는 과정, 군인의 딸로서 갖게 된 남다른 생각 등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가수 리아 씨가 인터뷰어(interviewer)로 도움을 주었다. 


디앤디포커스(이하 디앤디) : 반갑습니다. 미스코리아에게 당연한 말씀이지만,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미스코리아가 되는 게 당연한 것 같은데요(웃음). 주변에서 많이 권유했나요?

장윤진 : 고맙습니다(웃음). 주변의 권유랑 상관 없이 어릴 때부터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공연하는 걸 좋아해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뮤지컬도 했고요. 하여튼 무엇이든 TV랑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군인 아버지도 말리지 못했던 타고난 ‘끼’


디앤디 : TV와 관련된 것이라면 아나운서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어느 신문에서 장윤진 씨의 꿈이 언론인이었던 것으로 소개 된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장윤진 : 기자님도 잘 아시겠지만, 언론인은 아주 높은 책임이 요구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미국에 있을 때 어느 언론사에서 잠시 인턴 기자를 해 본 적도 있는데 그 무게를 매우 무겁게 느꼈어요. 실은 저의 소질도 스스로 의심이 돼요. 하루는 누군가를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는데 언론인 출신의 그 분한테서 오히려 인터뷰를 당하고 온 적도 있어요(웃음).

 

디앤디 : 외모가 아까워서 접으신 건 아니고요?(웃음)

장윤진 : 외려 그런 것 때문에 불리했던 점은 있는 것 같아요. 언론사에서는 저를 연예계나 스포츠 쪽 취재만 맡기곤 했죠. 하지만 그런 쪽에서도 기자라고 하면 경계를 하고 어렵게 대하곤 했어요. 언론인은 참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골프선수 최경주 씨의 인터뷰를 아마도 외모 때문에 따낸 건 무척 신났던 순간이었어요(웃음).

 

디앤디 : 지금 맡고 있는 경인방송 ‘뮤직앤무비’의 진행은 재미있나요?

장윤진 : 네 재밌어요. 저에게는 MC가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예능, 연기, 다큐멘터리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더 많이 해 보고 싶어요.


디앤디 :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가 지상파 방송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었죠. 미스코리아도 공익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요?

장윤진 :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 공익사업의 홍보대사로 나갔어요. 구제역 때문에 축산농가가 무척 어려웠잖아요. 명동 거리에 나가서 “우리 소·돼지고기 많이 드셔주세요”라는 홍보활동을 했어요. 미스코리아 중에서 지원자를 뽑아 나가는 거였는데 저도 손을 들고 지원했어요. 보수를 받는 일은 아니었지만 무척 보람 있고 기뻤어요. 구구데이(9월9일을 닭 울음소리를 본 따 부르는 날. ‘닭고기 먹는 날’을 의미)에는 닭고기까지 팔았어요.(웃음)


디앤디 : 편견일 수도 있지만, 군인 아버지라면 미스코리아나 방송과 관련된 일을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땠나요?

장윤진 : 부모님으로서는 자식이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힘드실 테니까요. “굳이 왜 그렇게 힘들게 살려 하냐. 그냥 공부를 해라”며 반대를 많이 하셨죠. 처음 대학에 갔을 때 미스코리아 출전 권유를 많이 받았는데, 그런 건 아버지한테는 말도 안 되는 얘기였죠. 그렇지만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께 계속 얘기를 많이 드렸어요. 허락 없이 뮤지컬을 시작해서 공연을 할 때 ‘저 보러 오세요’라며 표를 떠안겨 드리는 식으로 사고도 치고요(웃음). 그러다 보니 두 분도 고민을 많이 하셨대요. 결국 연령상 미스코리아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해인 작년에 두 분이 “얘는 그냥 평범하게 있을 아이는 아닌 것 같으니 기회를 주자”며 허락을 하셨죠. 지금은 많이 도와주세요. 아버지도 행사나 기획사에서 계약서, 제안서 같은 게 오면 꼼꼼히 검토도 해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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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으면 보내주시던 ‘23시00분까지 귀가 바람’ 문자


디앤디 : 다른 것에서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땠나요?

장윤진 : 저희 아버지는 아주 자상하셨어요. 그렇지만 저에게 아버지는 아버지 이상의 ‘멘토’가 되어주셨어요. 아버지 앞에서 애교를 부리는 그런 면은 적었지만, 좋은 신문 사설이나 책이 있으면 책상위에 놓아 주시기도 하셨고 깊고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누었어요.


디앤디 : 직업적 습관이라는 것이 참 감추기 힘든 건데, 혹시 집안에서도 군인처럼 대하시는 건 없었나요?

장윤진 : 예를 들자면 하나 있어요. 귀가 시간이 늦는 것에 관해 엄하신 편이세요. 그런데 제가 좀 늦으면 문자를 보내신다는 게 ‘23시00분까지 귀가 바람’ 이런 식이세요(웃음).


디앤디 : 아버지가 군인이라서 아쉬웠다거나 하는 일 같은 건 있으셨고요?

장윤진 : 아버지가 늘 곁에 없는 빈자리랄까, 그런 것이 저에게는 무척 컸어요. 어머니도 직업이 있으셨고 교육열이 높으셔서 우리는 서울에서 지내고 아버지는 전방 지역에 멀리 떨어져서 근무를 하신 적이 많았어요. 방학 때마다 짐 다 싸들고 아버지한테 가 있긴 했는데, 학기 중에는...(장윤진 씨는 이 대목에서 잠시 눈물을 보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아버지가 모처럼 휴가를 나오셔서 저녁에 맛있는 걸 먹으러 가기로 해서 잔뜩 신이 났어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김일성 사망 소식이 들리는 거예요. 휴가 첫날에 바로 복귀해야 한다고 떠나셨죠. 너무 어려서 그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 알 수 없었던 저는 얼마나 울어 댔는지 몰라요.  


디앤디 : 어느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의 우수성이나 능력을 자랑하던 것을 본 적 있어요. 그런 것도 아버지의 영향일까요?

장윤진 : 매우 크죠.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일하시는 분이라서 저도 나름 애국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회 활동은 미국에서 하고 싶은데요,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큰 무대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거죠. 미국에 있을 때 재미 교포들이 어떤 입지에서 어떤 마음으로 그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똑똑하고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휴가 첫날 김일성 사망 소식에 귀대한 아버지 보면서 눈물


디앤디 : 혹시 정신교육을 따로 시키시는 건 아니었나요?

장윤진 : 그런 건 저희에게 말씀으로는 직접 하지 않는 분이셨어요. 대신 본인 스스로가 진심으로 나라 걱정을 많이 하는 걸 느꼈죠. 예를 들어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이 터졌을 때도 희생된 사병들을 자기 자식처럼 여겨서 마음 아파하셨고, 그런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국방의 약점을 고민하셨어요. 그런 걸 봐 오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우리나라에 관한 각별한 생각을 갖게 된 듯해요.


디앤디 : 미스코리아라면 아버지와 같은 군인들을 위해 참 많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윤진 : 아버지가 3사관학교에서 근무하실 때 위문공연을 간 일이 있죠. 회사(한국일보)에서도 잠시 뜸했던 미스코리아의 군 위문 행사를 재개하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고, 아버지가 다니시던 3사관학교 교장 선생님이 정식으로 회사 쪽에 제안을 하셔서 위문공연을 가게 됐어요. 제가 (미스코리아) 친구 세 명을 더 데리고 가서 노래도 하고 생도분들 공연 평가도 했죠. 한우·돼지고기 홍보대사만큼 보람 있는 일이었어요. 아버지 어깨도 좀 ‘으쓱’하셨으면 좋겠는데…(웃음)


디앤디 : 당연히 그러셨겠죠(웃음). 앞으로도 더 많은 군 장병들을 위한 더 많은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장윤진 : 네. 개인적으로는 <디앤디포커스>와의 인터뷰도 그런 일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디앤디 : 하하 감사합니다.

장윤진 : 고맙습니다.


* 장윤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

제 54회 미스코리아 선, 포토제닉상

구구데이 홍보대사

세계 7대 자연경관 홍보대사

경인방송 '뮤직&무비' MC


기획·정리=서정환 디앤디 포커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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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0 디펜스21 5월호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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