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장비 무게’에 짓눌린 특전사의 전투능력

김동규 2011. 05. 02
조회수 346152 추천수 2

경직된 육군 보급체계 탓…장비의 효율적 지급 안되고 제안도 무시돼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의 전투능력이 군의 미비한 투자와 경직된 육군의 보급체계 탓에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현재 상황 아래에서라면 특수부대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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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오쉬노 부대의 특전사. ⓒBullet-K 

특수부대답지 않은 무거운 장비들…허리부상 다반사

우선 지적되는 것이 특수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너무 장비가 무겁다는 것이다.

“적 주요시설의 폭파는 종심 침투 작전에서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다. 종심 침투는 대부분 재보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작전에 관련된 장비를 모두 가지고 가야 한다. 식량은 물론 무선폭파세트, 탄약, 배터리를 군장에 꾸리면 아무리 줄여도 40kg을 가뿐히 넘긴다. 문제는 무선폭파세트가 과하게 무겁다는 것이다. 현역 시절 상부에 폭파 장비의 개선을 집단으로 건의한 적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폭파 주특기 담당 특전사 예비역
 
특수부대는 종심을 뚫고 작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모든 장비를 군장에 꾸려 가야한다. 강하 훈련  때 군장 무게가 50kg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체력이 뛰어난 특전대원이라고 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무게다. 무거운 장비는 체력을 갉아먹고 작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통신 담당 대원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특전사 예비역 중 현역시절 통신을 담당했던 대원들은 허리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일반 보병들이 사용하는 무거운 통신기를 메고 격렬한 훈련을 소화하다보니 허리부상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게다가 성능마저 특수전에 어울리지 않는 구식이라고 한다. 현역 시절 항공력 유도 등을 담당했던 예비역은 그가 사용했던 통신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적지에 침투해 항공력을 유도하는 임무는 특전사의 주요 임무 중 하나다. 특전사도 최근 위성 통신이 가능한 공지합동무전기를 도입했지만 수량이 부족하다. 아직도 주된 통신수단은 구식 AM통신망이다. 공지합동무전기는 미국 위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
  
산악인들은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숟가락을 반으로 자르며 무게와의 전쟁을 벌인다. 특전사 대원들도 체력을 단련하고 군장의 무게를 줄이며 적과 싸우기에 앞서 무게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장비 자체가 무거운 것은 상부의 개선 의지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통신장비에 대해 특전사에 문의하자 “통신 전달 수단은 작전보안 관련 사항이므로 말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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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식 폭파 장비로 훈련 중인 특전사 대원들. ⓒ자주국방네트워크



‘평가를 위한 훈련’에 멍드는 대원들의 노력

이와 함께 육군 규정을 들어 장비 개조를 일체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도 전투력을 낮추는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높다.
 
특전사 대원들은 전투력 향상을 위해 규정 외의 장비들을 개인적으로 구매해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전역한 특전사 예비역에 따르면 고가의 도트 사이트는 물론 고글, 장갑, 레일 시스템까지 사비로 구매해 사용하는 대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규정 위반이다. 육군 규정상 정상적인 조달절차를 거치지 않은 장비를 소총에 장착하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전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한 특전사 예비역이 현역 시절의 경험담을 말해 줬다.
  
“근무하던 대대에 파병 경험이 많은 지휘관이 부임한 적이 있다. 선진국 군대의 전술장비를 경험했던 대대장은 대원들이 총기에 레일시스템을 장착하는 것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술평가를 받기 전 평가관이 레일 시스템을 모두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형평성 문제였다. 대항군 대대는 총기에 아무 것도 부착하지 않고 훈련에 참가하는데 한 쪽만 전술 장비를 부착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대원들이 실전에 맞게 전투력을 향상시키려 했던 노력은 평가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었다.”
  
미군은 전술장비를 개인이 구매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군들의 개인 장비를 보면 한국군이 가진 통일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군복과 군화, 철모 등을 제외하면 총기류도 편제와 최소한의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다. 통일과 규정보다는 전투력 향상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는 숱한 실전을 통해 얻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특전사 예비역들은 실전에 맞지 않는 규정 때문에 특전사가 ‘평가전문부대’가 돼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북한의 20만 특수부대를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실전 전투능력보다 평가를 중시하는 부대 운영은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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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전사는 하늘, 바다, 땅 어디로든 침투가 가능한 전천후 특수부대다. ⓒ특수전 사령부 

 
 
지급 어려우면 도입 건의라도 받아들여야

이에 대해 육군이 전투력 향상을 위한 무기를 지급할 수 없다면, 개인 구매라도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다.
 
“지급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개인이 구매할 의지가 있으면 그것을 허용해 달라. 도트 사이트 하나 단다고 군 기강이 흐트러지는 것도 아니고 작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투력이 향상되고 작전에 도움을 준다.” - 전술장비를 직접 구매해 사용했던 특전사 예비역
 
육군에서도 특전사의 개인 전술장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 방호를 위해 파견된 오쉬노 부대의 특전사 대원들은 총에 도트 사이트와 레일 시스템을 부착하고 있다. 대원에 따라 저격수 탐지 센서와 같은 첨단 장비를 부착하기도 한다. 특전사 지휘부에서도 실전에서 개인 전술장비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왜 유독 국내에서는 이런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을까. 대부분의 예비역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평가위주의 부대 운영’이다. 평가 지침과 규정에 얽매이다보니 정작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지고 실전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대원들이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장비들도 결국 파병부대에 지급하는 장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능의 장비들인데 굳이 규정을 앞세워 금지할 필요는 없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도트 사이트 같은 고가의 전술장비를 모든 대원에게 지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특전사가 전략상 중요한 특수부대이긴 하지만 예산을 무한정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UDT처럼 개방적인 장비 도입 건의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금지만 하는 것은 경직된 육군식 사고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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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투훈련 중인 특전사 대원들  ⓒ특수전 사령부  


특전사다운 투자를 해야 특전사가 특전사다워진다
 
특수부대는 적은 인원으로 큰 임무를 수행한다. 팀 규모의 특수부대가 대대급 병력이 수행할 임무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특수부대에는 일반 보병들과는 다른 최고의 장비와 강도 높은 훈련을 제공한다. 자연스레 운영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전사 출신들은 특전사에 특수부대다운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특수작전에 맞는 통신기, 폭파장비, 피복 등은 과한 요구가 아니라 당연한 투자다. 특전사는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미군과 함께 훈련해도 체력·전술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대원들에게 적절한 장비를 지급해주는 것은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아닐까.
  
김동규 디앤디 포커스 기자 ppankk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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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 ppankk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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