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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에서 취침까지 ‘군복’ 자체가 스트레스
총기난사 사고 등 불러…미군은 요가 도입


지난 7월 4일, 강화도의 해병대 소초에서 김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6월 백령도 해병 6여단에서 이모 상병이 K-2소총 실탄에 맞아 숨지고, 교동도 대공감시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해병초병 2명이 우리 민항기에 경고사격을 가하는 사건에 뒤이어 발생한 총기난사 사고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해병대의 명예와 사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병 2사단의 작전 범위가 너무 넓고 훈련의 강도는 더욱 세지면서 장병들의 피로가 극에 달해 각종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장병들이 군 복무 중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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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네 가지 방법으로는 이젠 효과 못봐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 7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한국은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이라고 평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직장인 스트레스 세계 1위, 4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 등 스트레스 관련 조사에서 선두를 다투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해묵은 문제로 자리 잡은 폭음문화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성 등은 사회 구성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매우 심한데 이를 풀 방법이 마땅치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군 역시 사회의 일부라는 점에서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다. 특히 북한과 대치중인 적접 지역의 장병들은 고도의 긴장 속에서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 주의산만, 근무태만, 불면 등의 문제가 생기곤 했다. 이러한 경우 우리 군은 지금까지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대처를 해왔다. 

하나는 영화 ‘패튼 대전차군단’의 조지 패튼이나 ‘풀 메탈 재킷’의 해병대 교관처럼 남자다운 터프함을 한껏 드러내면서 문제 병사를 때리고 욕을 퍼붓는 ‘갈구기’를 통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기 있는 걸그룹이나 댄스 여가수 같은 화끈한 아가씨들을 위문공연이나 TV, 잡지 등을 통해 보여줌으로서 병사들을 흥분시켜 스트레스를 잊게 한다. 

세번째 방법은 ‘군인정신’으로 참고 또 참아내는 것이고, 마지막 방법은 담배나 커피 같은 니코틴과 카페인에 의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타나 흥분과 같은 방법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하기도 어렵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갈구기는 장병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억누르는 효과만 있는 방법이며, 흥분은 군 내 여군 비율이 높아지면서 활용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다. 오히려 욕설과 구타 등은 가혹행위에 해당되는데다 장병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제는 사라져야 하는 악습이 되어버린 상태이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거의 방법이 효과를 잃어가는 반면,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새로운 해법이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으로 군사훈련 강도가 높아지자 장병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그리고 그스트레스는 결국 강화도 해병대 소초 총기난사 사건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특수상황에서만 문제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
 
물론 우리 군도 장병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 파병 장병들이나 사건사고를 겪은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다. PTSD가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6월 발생한 연천 총기사건. 비무장지대 내 GP에서 발생한 이 사건에서 살아남은 장병들이 대인기피증, 우울증, 정신불안 등에 시달리면서 PTSD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다.

특히 사건 직후 체계적인 정신과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생존자들이 의병제대하면서 겪는 정신적 고통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이후 작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PTSD를 전면으로 이끌어 낸다. 천안함 생존 장병 58명에 대한 심리검사와 정신과적 검사 등을 통해 PTSD 위험도를 분리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생존 장병들 중 상당수가 PTSD에 의한 불면증, 거식증, 악몽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군 당국의 치료가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그나마 PTSD의 경우 군 내 사건사고를 통해 관심이 높아졌지만 평시의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모든 것’이 스트레스의 원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평시에 장병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취침하기까지 군복을 입고 생활하는 모든 과정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를  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원인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얘기는 당연한 의견이다. 하지만 인명사고나 해외 파병 같은 특수상황에서만 정신적인 문제가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쉬운 군 당국의 입장에서는 놀라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미군은 1330억 원 들여 포괄적 군인건강 프로그램 운영

그렇다면 1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쟁을 치러온 미군은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최근  미군이 ‘심신(心身)이 모두 건강한 군대’를 만든다는 목표 하에 장병들의 정신건강을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바로 1억2500만 달러(약 1330억원)가 투입되는 ‘포괄적 군인건강(CSF·Comprehensive Soldier Fitness)’ 프로그램이다. 과거 미군은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를 ‘참고 넘기는’ 대상으로 취급하거나 구타 등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했다.

이는 오늘날 훈육적 성격의 체벌(욕, 푸시업 등)을 가하는 형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미군 내의 진보적 의학 담당자들과민간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기존 방식 대신 정신의학 기술을 통해 장병들의 정신적 문제를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 결과물이 바로 CSF 프로그램이다. 물론 CSF 프로그램이 도입되기까지는 많은 예비역ㆍ현역 장병들의 정신적 고통이 있어야 했다. 지난 10년간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이 지속되면서 군인들의 정신질환과 그에 따른 자살·이혼·약물남용 등의 문제가 급증했고, 미군 전체의 전투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자 군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최근 수치로 나타나는 미군의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군 통계에 따르면, 복무 중 자살한 장병 숫자는2008년 138명에서 2009년 162명으로 늘었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한 장병도 2004년에는 913명이었으나 2009년에는 1600명을 넘었다. 알코올·마약중독 건수는 최근 10년 새에 50% 급증했다. 피터 치아렐리 육군 참모차장은 “최근 입대한 군인들은 바로 아프간 등 전장에 보내지고 이동이 잦다. 이들이 군대생활 첫 6년 동안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일반인이 80평생 받는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미군은 2008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팀에 정신건강 개선 프로젝트를 의뢰해 중ㆍ고등학교 등에 적용하고 있는 삶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 하에서 장병들은 온라인을 통해 연구팀이 개발한 감정평가 설문에 응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장병들의 인간관계, 직무 만족도, 가정문제 등을 1차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여기서 ‘잠재 위험군’으로 분류된 장병들은 이후 별도의 특별 프로그램대상이 된다. 

이와 함께 정신과 의사들과의 1대1 상담, 집단 토론치료도 병행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기지 내에서는 TV오락 프로를 함께 보면서 낙천적인 사고를 공유하는 집단 토론요법이 자주 시행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영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폴 포츠의 사례 등이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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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받고 있는 미군 장병. 미군은 스트레스 관리와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가난 필레테스 도입해 정신과 전투력 ‘ 마리 토끼 잡기’
 
포괄적 군인건강 (CSF·ComprehensiveSoldier Fitness) 프로그램과 더불어 미군이 도입한 것이 바로  요가.  미군에서 갑자기 왜 요가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미국에서는 요가가 심신 건강을 증진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어왔다. 물론 동양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상도 한몫 했지만 요가가 가지고 있는 효과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미국 사회에서는 요가가 널리 보급되었다.

미국 사회에서의 요가 열풍이 미군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개인시간에 요가를 하는 장병들이 늘어나면서 미군에서도 요가의  효능에 주목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6년 월터 리드 미 육군병원은 iRest(Integrative Restoration)이라는 이름 하에 이라크ㆍ아프간 참전 미군 장병의 PTSD 치료를 위한 주간 프로그램으로 요가를 채택했다. 현재 iRest는 월터 리드 미 육군병원은 물론브룩 육군 병원(Brooke Army MedicalCenter), 캠프 레전 미 해병대 기지와 해군 병원(Camp LeJeune Marine CorpsBase and Naval Hospital), 보훈부 등지로 확대 운영 중이다. 미군 당국은 iRest가 PTSD와 수반되는 다른 증상들-불면, 우울증, 신경과민, 자살충동, 트라우마 등-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보고 있다.

물론 요가가 장병들의 모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현재 iRest의 프로그램이 2주 남짓한 기간으로 밖에 구성되어 있지 않아 요가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가를 통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장병들에게 일시적이나마 편안함을 주고, 그 덕분에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요가가 장병들의 몸을 유연하게 만들고 균형 감각을 키워줘 전투력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때문에 미 육군의 신병훈련에서는 윗몸 일으키기와 장거리 구보 대신 요가나 필라테스가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가의 본고장인  인도에서도 군에 요가를 도입해 장병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 적이 있다. 파키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카슈미르 주둔 인도군이 2006년 요가를 의무화하면서 장병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여 2차례 전쟁을 치렀고,1989년부터 시작된 무장투쟁으로 4만5000여명이 희생된 서남 아시아의 화약고. 요가 의무화는 이 지역에서 고도의 긴장 속에 임무를  수행하는 인도 장병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고자 도입되었다. 인도 군 당국은 요가 도입 이후 장병들의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으면서 자살 등의 사고가 크게 줄어들었고, 체중이 줄어들어 건강도 증진돼 장병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장비나 화력 같은 물질적인 부분 증강에만 집중

그 동안 우리 군은 PTSD를 비롯한 장병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군 조직이 존재하는 최고의 목적은 국가안보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과 물적자원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가가 중요하다. 아무리 최신 무기를 많이 도입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다루는 것은 사람이므로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군은 장비나 력과 같은 물질적인 부분의 증강에 집중되어 왔다는 인상을 떨치기 어렵다. 해외 파병 전 소집교육 시에도 정신건강교육은 2~3시간에 불과해 장병들이 파병지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천안함 사건 생존자들은 지금도 PTSD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제는 장병들의 정신적인 부분에 신경을 쓸 때가 왔다. 한 전문가는 “군 조직의 구성원인 장병들의 정신건강을 다른 요소들보다 더 중요히 여기는 발상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관련 시스템 정비는 그 다음 문제다”라며 우리 군이 스트레스 관리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전투형 군대’라는 모토 아래 천안함사건 이래로  고도의 긴장 속에 훈련을 거듭해 온 장병들이 더 이상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과 시스템 정비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여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다.  박수찬 <D&D포커스> 기자 fa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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